8/9 사송 학교부지 고리도롱뇽 모니터링

관리자
발행일 2023-08-10 조회수 17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송 학교부지의 고리도롱뇽 유생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김합수 선생님과 박선희 운영위원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학교부지 전경입니다. 저 비탈면에서 지하수가 솟아나옵니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 전체가 습지입니다. 물이 고인 곳의 자라난 풀과 돌 아래에 고리도롱뇽 유생이 숨어있습니다. 아성체들이 물 밖에 나오며 호흡 연습을 합니다. 흔히들 성체가 되면 산으로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근 돌 아래로 돌아다니며 한 해 정도는 올라가지 않는 개체도 있고, 올라갔다가도 비가 오면 내려오는 개체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도 성격이 다양하듯 도롱뇽도 성격이 다양한 모양입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서식처가 하나씩 사라져가는 모습이 마음아픕니다. 오는 주말 쯤이면 대부분의 성체가 산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되어 14일 현장확인 후 개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공사를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확인 결과 여전히 유생은 남아있습니다. 시공하는 분들은 인력을 투입하여 구조작업 후 착공을 하겠다고 하십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이렇게 흙 속에 숨어있다보니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작업한다고 빨리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약을 두 배로 먹는다고 두 배로 빨리 낫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부지 내에 서식처를 마련하기로 교육청과 협의가 되었고, 설계에도 반영되었습니다. 교육감님의 의지가 반영 되었고, 실무자께서 몇날며칠을 밤 새워가며 고민해주신 덕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큰 것은, 그 대체서식처가 이 넓은 부지를 대신하기에는 너무도 미약하다는 사실입니다. 학교부지가 결정되기 전, 이 지역의 개발허가 당시에 이미 서식처 조사가 이루어졌어야합니다. 전체 지역에 대한 개발허가가 난 후라도 서식처 정밀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부지 선정에 반영되었어야합니다. 지금 이 장소는 학교나 유치원 부지로 선정될 것이 아니라, 공원이나 녹지 공간으로 선정되어 서식처 보호가 이루어졌어야합니다. 학교 부지는 좀 더 양지바르고 안전한 곳에 선정되었어야합니다. 그것이 아니라 이곳이어야만 한다면, '무장애 이동'에도 문제가 없고 서식처도 확보할 수 있으며 다른 여러 학교 시설물이 들어오는 데 문제가 없도록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되었어야합니다.
학교부지 아래쪽에 들어올 예정인 시설물에 대한 옥외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씁쓸합니다. 유치원 부지 아래쪽에는 이미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초록색의 우레탄이 깔린, 자연물을 본딴 형태입니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는 고스란히 파괴하고, 아이들에게는 생태 교육을 위하여 생태를 흉내낸 인공의 놀잇감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과연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고리도롱뇽 서식처 제보를 받은 이후로 고리도롱뇽 유무부터 시작하여 수 많은 논쟁 끝에 대체서식처 협의까지 삼 년 여를 거쳐왔습니다. 정말 중요한 시기에 '멸종위기종인지 아닌지 판별'을 위한 논쟁으로 1년 여를 허비하였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이 도롱뇽이 멸종위기종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이 서식처를 어떤 식으로 보호하는가가 되어야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보호 근거는 습지가 아닌, 멸종위기종에만 보호 의무가 명시되어 있기에, 그 논쟁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넓은 습지가 이제는 사라집니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계획되었고 허가가 났던 일이고, 작은 대체서식처 외에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대체서식처는 멸절을 막기 위한 최소의 단위에 불과합니다.. 사송의 사례가 다른 지역의 개발을 위하여, '대체서식처를 만들면 된다'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대체서식처를 아무리 섬세하게 만들어도 원서식처 보존을 따라올 수 없기에, 원서식처를 최대한 보존해야한다는 공감이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정말 이 지역을 개발을 해야만 하였다면 이런 서식처들의 보호 대책이 먼저 나왔어야합니다. 그것이 환경영향평가의 '저감대책'이 되어야합니다. 그렇게 되자면 시공비는 지금과는 훨씬 크게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개발하겠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는 되물어야만 합니다. "그만큼의 비용도 지불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왜 이 지역을 '개발'하며 이 너른 습지를, 서식처를 훼손해야만하는가? 그렇게 해서 우리 지역사회가 얻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번 태풍의 경로가 정말 이상합니다. 기후 변화가 실감나는 하루하루입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분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태풍의 양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다만 횟수가 많아질 지, 강도가 강해질 지, 구체적인 예측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제는 가뭄, 홍수, 폭염, 한파가 번갈아 오는, 우리에게 어려워져가는 날씨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두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송에서 보듯, '경제성'을 따져 다른 생명을 등한시하고 물의 흐름을 마음대로 바꾸어댄다면 우리는 이 지구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점을 풍요와 편리에서 공존과 평화로 바꿀 때가- 몇 번의 재난을 더 거친 후에나 올까요?
 
 

Attachments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