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사송 유치원부지 인근 집수정과 고리도롱뇽 서식처

관리자
발행일 2023-03-04 조회수 16




사송 택지개발지구 1공구 내 유치원과 초중통합학교 부지입니다. 하얀 방수포가 깔린 곳은 산기슭에서 내려온 물이 작은 습지를 이루었던 곳입니다. 작년, 고리도롱뇽이 산란을 하여 유생이 자라나던 자리이지만 폭우로 주차장 출입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메워진 곳이기도 합니다. 멸종위기종이 부화하여 자라고 있다는 것을 LH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모두 알고 있었고 서식처 팻말도 세웠지만 매립한 이 구역 담당 업체는 몰랐다고 주장하는 곳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법이 유명무실해진 사건입니다.
지금도 기슭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물길입니다. 자동차가 주차된 곳이 유치원 부지입니다. 자연스럽게 서식처가 조성되어 있기에 초중학교와 유치원에 서식처 유지 요청을 하였습니다. 경남 교육감께서 흔쾌히 '도롱뇽 학교'를 만들겠다고 답변하셨습니다. 교내에 멸종위기종의 서식처가 있어서 학생들은 수시로 관찰을 하고 생태 공부를 할 수 있는 특별한 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현행 법상 학교 부지 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하는 시설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 부지가 그에 딱 맞게 나와서 서식처를 만들 공간이 여유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전문가와 학교 시설 담당팀이, 유치원 부지는 유치원 부지 담당 시설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무장애 설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휠체어가 이동하기 위하여 전 부지가 편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산지 쪽 부지를 학교부지는 3m, 유치원 부지는 6m를 깎아내려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도롱뇽 서식처는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깍아 내려온 자리에 서식처를 만든다면 산지와의 연결성이 없어져 성체가 된 도롱뇽이 이동할 수가 없게되기 때문입니다. 부지 경계쪽에 서식처를 만들고 그 안쪽을 깎는다면, 그러니까 대체습지를 위쪽에 만들어 연결성을 확보한다면, 수량 확보가 어렵습니다. 이미 다른 여러 서식처에서도 보이듯 절개사면에 가까워질 수록 지하수 유출로 위쪽은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사면은 그대로 둔 채 건물을 올릴 수 없을까요? '무장애 설계'를 위해서는 빗면 경사가 일정 이하가 되어야한다고 합니다. 경사가 급하다면 휠체어를 타고 혼자 오르내릴 수 없으니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공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필수 시설이 들어가기에 딱 맞은 부지이기에, 경사면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하다고 합니다. 특히 유치원부지는 설계 완료가 이미 코앞이므로 전체 설계를 바꿀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고 합니다. 현재 있는 상황에서 서식처를 최대한 확보해야하는데, 결국 부지 밖에 서식처가 안정되어야만 한다는 결론입니다.
유치원 부지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부지 바로 위쪽에 있는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21년 폭우 때 범람했다는 것입니다.

사진상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좁은 계곡입니다. 이런 계곡은 '구거'라고 하여 지자체 소유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 장소는 '임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가 아닌 개인 소유의 땅입니다. 저기서 급하게 내려온 물을 집수정으로 받아 우수관으로 흘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유속에 흙과 돌이 함께 쓸려 내려오게 되면 집수정 입구를 막아버리게 됩니다. 유치원 부지 바로 위가 이런 상황이므로 폭우가 오면 유치원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계곡은 말라있으나 사진상으로 보아 알 수 있듯 이곳은 물이 고여 있습니다. 사진상 왼쪽의 측구에서 빗물이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집수정의 위치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유지와 인접한 곳이기때문입니다. 홍석환 교수님의 의견은 이곳에 2중으로 제방을 만들고 그 사이에 도롱뇽 서식처를 만들어준다면, 안전과 서식처 확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LH의 답변은 현재 설계 중이라는 것입니다. 유치원 부지 담당자들께서 이 상황을 알고 LH에 안전 대책을 강하게 주장을 해야할 부분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걸린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 논의자리에 함께 오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이 장소에 LH 담당자들과 시공업체, 유치원 시설팀이 모두 함께 모여 문제 상황을 공유하고 안전 대책을 강구하였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사실 무리한 부지 분양에서 촉발된 것입니다. 최초 고리도롱뇽의 출현이 제보되었을 때, 그 서식처에 대한 논의가 먼저 되어 대체습지가 확보되었다면 지금 준공을 해야한다는 유치원 부지 설계팀에서 고민을 할 부분이 없는 일입니다. 작년 산란을 했을 때 이 내용이 부지 담당자에게 공유가 되었더라도 미리 논의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사면 경계에 인접하여 집수정을 만들지 않고 안전과 경관을 위한 여유 공간이 더 있었더라면 지금 대책을 세우기도 수월했을 것입니다. 저 작은 계곡을 우수로에 묻어버리지 않고 생태를 살렸다면 더 나았을 테지만, 이는 너무 먼 이야기 같습니다.
이 문제를 보며 계속 안타까운 부분은 학교와 유치원 부지가 왜 이렇게 딱 맞게 나온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송의 맑은 공기와 물이 있는 자연 환경에 학교 부지가 넉넉하게 제공될 수는 없었을까요? 유치원 장학사님들께서 도롱뇽서식처때문에 운동장이 좁아져서 불만이 많으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흙을 밟고 바람을 맞으며 뛰어놀아야할 텐데, 그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도롱뇽 서식처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도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수심 30cm인 곳에서 사고가 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유치원생들이 도롱뇽의 산란 모습을 관찰하면서 자연에 뛰어노는 유치원을 만들 수 있는 자리에, 6m를 내려가고 모든 시설이 딱 맞게 들어오는, 꽉 짜인 유치원이 들어온다고 하니 이 상황이 참 아쉽습니다. '무장애 설계'를 위해서라면 더욱 공간을 두어 빗면 설계를 하는 편이 더 좋을 텐데, 그 모든 일이 '비용'과 연관되어 있다니 아득할 따름입니다.
유치원 부지 앞에는 이미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초록색 우레탄으로 덮인, 인공 언덕을 보는 마음이 복잡합니다. 생태 공간은 모두 파괴되고 유치원 부지 내에 만들 수 있었던 생태 놀이터의 가능성은 사라져가고 있는데, 합성수지로 덮은 인공놀이터는 생태공간을 모방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모순일까요..

학교 부지 위쪽, 작년 1-4 서식처를 조성했다가 메운 자리입니다. 학교와 유치원에 서식처가 안정적으로 조성된다면 필요 없을 자리입니다. 교육청과 이야기가 잘 되어 이 자리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상, 이곳에라도 서식처가 확보되지 않으면 남는 서식처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수량은 풍부하게 확보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고리도롱뇽이 잘 찾지 않던 곳입니다. 그늘이 없어서인지, 좀 더 조사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1-4 서식처에서 좀더 학교 부지로 가까이 가서 유치원부지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경사가 급하여 씨뿌리기를 하였습니다. 비료와 흙과 씨를 섞어 뿜어붙이기를 하여, 싹이 빠르게 트게 한 것입니다. 싹이 나고 뿌리가 내리면 사면 안정성이 올라갑니다. 여기에 섞인 비료때문에 하단부에 서식처를 조성하여도 2년여는 양서류가 살 수 없습니다. 지금도 개구리가 산란하였지만 알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멀리 보이는 유치원부지에 물이 흘러가는 길이 보입니다. 산에 닿은 저 자리가 대체서식처 예정지입니다. 물이 고이는 자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이 저렇게 계속 흘러간다는 것은 부지에 건물을 세워도 계속 습기가 찰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서식처가 먼저 확보되고 유치원 부지가 여유롭게 조성되었다면, 그래서 도롱뇽 서식처가 될 대체습지가 안정적으로 조성되었다면 건물이 들어설 자리의 습기도 미리 해결이 되었을 것입니다. '설계에 돈을 쓰면 시공비가 줄어든다. 시공비에 돈을 쓰면 설계비를 아낀다.'라는 말이 있다고, 부동산업을 조금 하는 지인에게서 들었습니다. 이 지역의 생태에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가졌더라면, 개발을 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설계 전 충분한 검토를 해서 대책이 먼저 마련되었더라면, 우리는 아름다운 공존 환경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수입이 최대가 되는, 지출이 최소가 되는 부지를 만드느라 아이들이 뛰어놀 놀이터와 장애인 이동권과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세 가지 가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만하는 이 상황이 우리나라의 가치관을 현재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주장하지만 가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일이 아닙니다. 모든 가치를 한 쪽에 두고, 저울의 반대쪽에는 '비용'이라고 써두니 비용을 가장 줄인 상태에서 다시 세 가치 사이에 저울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 올라가야합니다. 우리의 저울추는 '기업의 이익'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물론 생태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대규모 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우리는 대규모 개발을 한 공간에서 수만 생명이 사라지는 모습을 몇 년에 걸쳐 바라보고 있습니다. 멸절만은 막을 수 있도록 대체서식처를 만들었지만, 그야말로 멸절을 막기도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개발한 공간 밖에서의 건천화는 지역 식생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경관이 좋은 곳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는 무자비한 개발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기후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고층/저층과 고밀도/저밀도 사이에 에너지 효율과 폐기물 등의 문제에서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시뮬레이션 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고층+고밀도, 고층+저밀도, 저층+고밀도, 저층+저밀도} 네 가지의 조합을 비교한 것입니다. 여기서 결론은 저층+고밀도 조합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송은 고층+저밀도의 형태입니다.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은 주로 이런 형태입니다. 인구가 한산한 지역에 난데 없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입니다. 기후 대응을 위하여, 인류가 이 문명을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의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오늘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우리 아이들에게는 먹을 것이 없는 내일을 물려주는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고민과 지혜가 필요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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